조충길
본지 발행인
오랜만의 휴식,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움이 왠지 낯선 추석연휴 첫날 아침
함께 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우리집 애견을 데리고 홍제천 산책길로 나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돈까스 집이 있는 포방터 시장을 가로질러 홍제천을 따라 나선 산책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벌써 53년째 보고 걷고 뛰놀았던 이 길이 새롭게 다가옴은 왜일까
비온뒤의 홍제천 물이 50여년전 그때의 물처럼 깨끗한 것이 오히려 낯선 탓일까
걸어가는 시선에 푸드득 날아오른 황새의 날개짓에 함께 걷던 애견은 깜짝 놀라 뛰고 물놀이에 여념이 없던 오리들도 함께 푸득인다.
물살이 돌바닥을 훝으며 소리내며 흐르고 흐르는 물소리가 어느 듯 내 맘을 따라 흐른다.
나도 모르게 잔잔한 상념에 젖어 무심코 걷던 내 눈에 한 눈 가득 코스모스가 하늘 하늘 춤추며 다가온다. 무심코 코스모스 꽃을 따려다 깜짝 놀라 손을 움추린다.
어렸을쩍 길을 걸으며 마음 껏 코스모스를 따서 꽃잎을 한칸 건너 하나씩 따낸 후 하늘을 날리면 프로펠러 돌 듯 하늘 높이 돌며 아래로 떨어지는 그 모습을 보며 또 하고 또 하다보면 어느 듯 집에 다다르던 어릴 적 그 때가 문득 떠올라 한 송이 따서 날리고 싶은 마음 꾹 참으며 얼굴 가득 부딛쳐오는 바람을 들이킨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너머로 흐르는 물에 또 다른 오리가족 6마리가 자맥질도 하며 털기도하며 옹기종기 모여 노닌다.
그 옆에 또 한 마리의 황새가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목을 쭉 뽑은 채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갑자기 함께 걷던 애견이 짓기 시작한다. 앞에 오는 또 다른 애견이 반갑다며 날띤다.
그소리에 놀라 현실로 돌아온 내 눈에 저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운동기구 하나씩 붙들고 운동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허리 돌리는 아주머니, 오른손 왼손 번갈아가며 바퀴 기구를 붙들고 팔을 돌리고 있는 좀더 아주머니, 그네 같은 걷기운동 기계에 올라 열심히 걷는 아저씨, 지압 길을 열심히 걷는 좀더 아저씨, 각양 각색 자기 취향따라 건강을 위해 아침부터 열심이다.
아참 나도 운동하러 나왔지 하는 마음에 거꾸로 기계에 올라 온 몸을 뒤집고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또 다른 상념에 젖어든다.
이런 잔잔한 일상을 언제 또 가져 볼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오랜만에 맛보는 아침의 상쾌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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