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서울지방보훈청 참전지원팀장)

(참전지원팀장)
그야말로 대단한 추위였다. 1월 내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예사였으니 그 때 당시로는 도무지 봄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지라 2월 중순이 넘어서자 동장군이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하는 것도 같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수준이 아무리 높다 해도 자연이 설정한 세팅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하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자세가 가장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새봄이 오는 3월은 늘 3․1절과 함께 시작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의 무력 앞에서도 온 겨레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92년 전 3월 1일이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얼마 전 69명의 일본인들이 독도로 본적지를 옮겼다는 기사를 보고 그들의 뻔뻔함에 시쳇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상처들이 있다. 국가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역사는 영욕을 되풀이하지 결코 영광의 역사만이 아니면 굴욕의 역사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오천년 역사 중 일본에게 문물과 문명을 전달해 준 발달된 역사도 있지만, 일제 36년 같은 가장 치욕적인 시기로 되새기고 싶지 않은 역사도 있다.

하지만 지워버리거나 삭제해 버릴 수 없는 역사이기에 다시는 그와 같은 굴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상처뿐인 역사를 끌어안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 동안 저질렀던 만행 또한 지워지지 않는 역사이다.

환부는 깨끗이 도려내면 다시 새살이 돋아날 수 있지만 그냥 덮어 둘 경우 결국은 주변의 모든 것까지 다 썩어 망가뜨리고 만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청산만이 일본도 살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 내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일어나서 역사적 만행을 사죄하고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역사는 결국엔 사필귀정을 향한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와 다르지 않은 역사의 흐름에 대해 깨닫고 더 이상 거짓말로 모면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올바른 역사적 판단들을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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